산야초 효소를 말하다- 박 행 순(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전남대약학대학장, 효소학 박사)
산야초 효소를 말하다
박 행 순(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전남대약학대학장, 효소학 박사)
----------------------------------------------------------------------------- 2014년 04월 16일(수) 광주일보 컬럼
00:00구십대의 어르신께 “100세까지 사세요.”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이가 “건강하게 120까지 사세요∼.”라고 정정했다. 앞으로는 자동차 부품 교체하듯이 고장 난 장기들을 갈아 끼우면서 사는 150세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냥 수명만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성 보다는 식물성, 패스트푸드 보다는 슬로우 푸드에 관심을 갖다보면 ‘산야초 효소’가 눈길을 끈다. 산과 들에 서식하는 식물들의 뿌리, 줄기, 잎, 열매 등을 설탕에 재어 발효시킨 후 숙성시킨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방문한 충남 서천의 한 단식원에서는 산야초 153종을 배합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보았다.
설탕은 산야초의 부패를 방지하고 삼투작용으로 세포액을 추출해낸다. 설탕은 또한 효소에 의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고 더 나아가 다양한 대사물질로 바뀐다. 이때, ‘발효’라고 부르는 미생물에 의한 일련의 설탕 분해 과정은 여러 효소들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숙성시키는 2∼3년간 계속 효소 활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산야초 관련 책들과 인터넷 사이트들을 검색하면 산야초 제품이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효소를 보충한다고 소개한다. 심지어 효소는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또는 나이가 들면서 효소가 감소하기 때문에 ‘체외에서 보충해주지 않으면 여러 질병에 손상되어 생명에 문제가 생기게 될 수도 있다’고 겁을 준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세포의 크기는 극히 작지만 내부의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정교한 운용은 우주에 비교된다. 그리하여 세포를 ‘소우주(Microscopic Universe)’라고 부른다.
이 소우주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효소이고 생명현상들은 개별 효소가 촉매하는 화학반응들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효소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효소를 크게 나누면 단백질만으로 구성된 단순효소와, 보조인자(cofactor)가 필요한 복합효소가 있다. 복합효소의 활성부위는 보조인자에 있다.
효소들은 제각기 고유한 형태를 가지는데, 강한 산이나 알칼리에서는 변형을 일으켜 활성을 잃은 ‘죽은 효소’가 된다. 예외적으로 소화 효소들은 pH 1∼2의 강산인 사람의 위액에서 활동한다. 그러므로 섭취하는 산야초 제품에 효소가 들어있다 해도 위를 통과하면서 활성을 잃고, 또한 위·장관을 통하여 흡수 될 수 없기 때문에 효소 보충을 기대할 수 없다.
산야초 제품에는 당, 아미노산, 지방산을 비롯하여 엽록소, 각종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물질, 섬유질 외에 다양한 영양소들이 들어있다. 그중 어떤 물질들은 복합효소의 보조인자로 쓰이기 때문에 관련 효소들이 활발하게 촉매 작용을 하게 된다. 즉 산야초 제품들은 외부 효소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 있는 복합효소가 필요로 하는 보조인자들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전통 의학은 약제를 오랜 시간 달여서 약성물질들을 추출해 음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열에 약한 물질들이 소실되는 반면 산야초 제품들은 설탕을 이용한 삼투작용으로 가열 없이 영양소와 약성 물질들을 세포로부터 추출한다. 이는 과일음료나 탄산음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음료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는 ‘기타발효음료’로 분류되어 상당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산야초 발효액을 단식과 병행함으로 비만, 고혈압, 당뇨, 암 등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효험을 본다고 한다. 이는 단식효과와 함께 약초에서 나온 약리물질,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 체내 효소의 활성화, 면역력 상승 등의 복합작용으로 보인다. 결코 외부로부터의 효소 공급이나 보충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산야초 효소’나 ‘산야초 효소 발효액’이라 부르지 말고 ‘산야초 발효액’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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