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후기

단식을 하게 된 동기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단식원 원목이신 홍덕순 목사님(69세)이 40대 이후 혈압, 당뇨, 전립선 등으로 온 몸이 약했는데 지금 약봉지를 내던지고 회춘(?)하셨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올해 초에 제게 찾아온 세 번째 탈진으로 3주간 입원하고 나서 건강이 계속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인생 후반전 다시 뛰어갈 몸의 리모델링을 위해서 저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금식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금식은 이제까지 나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세상에 먹는 즐거움을 빼면 무슨 낙으로 사는가?’,‘30년 동안 청년을 섬기며 잘 먹고 사역하기도 바빴는데 왜 금식을 하는가?’이러던 제가 2주 금식을 마쳤습니다. 효소와 물만 마시면서 말입니다. 이 금식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요, 단식원 원장님과 원목님의 섬김 덕분이었습니다.

3월 17(월)일부터 29(토)일까지 2주간의 단식 일정으로 산들에 들어섰습니다. 2~3일 전부터 먹는 것을 줄이라는 것이 영 불만인 저는 회충약만 먹고, 전날 밤까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었습니다. 당일 아침조차 굶는게 아까와서 간단히 먹고서 산들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저는 효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마음껏 효소를 마시며 보냈고, 단식에 참여한 동지들(러시아 선교사, 미국에서 온 사업가, 미국에서 귀국한 여자 목사 등)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배를 드리고, 요한계시록 특강을 들었습니다. 오전에는 아름다운 저수지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등산을 하고, 하루 3-4시간은 단식원에서 나무나르기, 거름주기, 전기공사, 벌목한 뒷산의 길내기 등 노동을 했습니다. 2주 동안 토요일 오후에 교회로 돌아가 주일 늦게까지 3부 예배를 모두 설교하고, 양육과 상담, 가정예배까지 다 섬겼지만, 종일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효소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3일 동안 대장 관장을 하고 나니, 4일차 밤부터 수십 년 아니 평생 동안 소장에 붙어있던 새까맣고 엄지 손가락만한 숙변이 기름끼를 머금은 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오기 시작한 숙변은 3일간 지독한 냄새를 가진 변이 되어 나왔고, 10일차가 될 때까지 간간히 다 나왔습니다. 뱃속에 썩은 채로 달라붙어 독가스를 온 몸에 품어내는 숙변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 모든 것을 내 버리는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은 단식을 경험한 사람만 알 것입니다.

또한 두 차례 효소목욕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평생 이 효소목욕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1리터에 8만원씩 하는 효소 4리터를 부어 목욕을 하는데, 우유 목욕이나 맥주 목욕, 녹차 목욕 등과 비교가 되지 않는 효소 목욕을 하는 동안 저는 정말 왕도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상큼한 냄새가 코를 행복하게 하는지, 효소목욕을 하고 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금방 느꼈습니다.

단식 이후 이어지는 보호식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음으로 시작해서 야채죽, 맛좋은 된장국과 물김치, 양배추와 단호박 등을 섭취했는데, 원장님과 아내, 저 자신의 절제와 노력으로 3주 가까이 보호식을 잘 끝냈습니다.

단식을 마치고 제게 나타난 변화는 여러 가지입니다.

 
1. 몸의 변화

1) 우선 체형이 표준형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식 돌입 전에 인바디(Inbody, 체성분 분석기계) 체크업 결과 신장 163cm에 몸무게 65.9kg으로, 복부지방 내장지방 이 많은 전형적인 C 자형 비만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식 후 60.9kg으로 정확히 5kg이 빠졌는데도, 근육량이나 단백질은 크게 줄지 않았고, 지방만 줄었습니다. 인바디 측정결과 체형이 완벽한 표준형 I 자형으로 바뀐 것입니다. 비만지수, 체지방, 골격근량, 신체 발달 지수 등 모든 부분에서 거의 완벽한 표준형의 몸을 얻게 되었습니다.

2) 아침에 일어나면 뒷골이 댕기는 두통 현상이 사라졌습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시원해졌습니다.

3) 피로를 덜 느낍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수월해지고, 저녁까지 일을 해도 전처럼 힘들지 않습니다.

4) 양쪽 무릎관절이 좋아졌습니다. 작년에 왼쪽 무릎이 아파서 클러치 페달이 없는 오토, 스타렉스 중고차로 바꾸었는데 최근에는 악셀을 밟는 오른쪽 무릎까지 안 좋아졌습니다. 집 계단을 오르기가 부담스럽고 그토록 좋아하던 등산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단식 이후 몸무게도 줄었지만 무릎이 좋아졌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된 것입니다.

5) 체력이 좋아졌습니다. 청년들과 축구도 할 수 있게 되었고, 탁구도 다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6) 머리카락이 많이 났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대머리셨고, 형님도 가발을 쓰시고, 저도 머리가 많이 벗겨졌었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사람들이 성화를 대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충북대병원 두피 클리닉에 다닐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식 1주를 마치고 나서 집에 갔더니 아내와 딸이 고함을 칩니다.“어? 아빠 머리가 많이 났네요!”나는‘머리는 무슨’하면서 거울을 보았는데 작은 머리카락 들이 머리 한 가운데서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2주가 지난 주일예배 후에 성도들이 예배 때“우리 목사님 금식하고 나더니 머리가 많이 났어요”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미용실에 갔을 때 나는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늘 다니던 미용실의 원장이 놀라며“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죽어버린 모공에서 새까맣게 머리가 올라오고 있어요!”나는 원치 않게 미용실에서 효소 전도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머리를 심든지, 클리닉에 가든지 천 만원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 머리카락인데, 사람들의 말대로 나는 단식하고 돈도 번 것입니다.

2. 생활 습관의 변화
2주 단식과 2주 이상의 보호식을 마치고 나서 위장은 아쉽게도(?)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는 밥을 기본으로 두 공기씩 먹었고, 청년들과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며 야식이나 아무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단식 후 아침은 웬만하면 효소로 간단히 마시고, 점심 저녁은 밥을 2/3 공기만 먹고 있습니다. 위도 줄어들었지만, 무엇보다 식탐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저는 평생 식탐과 싸워왔지만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칼빈의 말대로 식탐이 죄라고 가르쳤지만 막상 제 스스로 이기기 힘든 것이 식탐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난 것보다 훨씬 더 기쁜 것이 바로 식탐을 이길 능력을 덧입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얻은 내적 자신감, 향상된 삶의 질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3. 영적인 변화

산들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깨끗한 곳입니다. 마치 누룩이 없는 무교병처럼 순전한 향기를 가진 곳입니다.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밤이면 쏟아져 내리는 별들 가득한 깨끗한 하늘이 있습니다. 검증된 명품효소가 있고, 힐링이 절로 되는 황토방과 단식원 본관, 무엇보다 평생 캠퍼스 선교와 세계선교를 섬기신 순수한 청년 홍덕순 목사님, 아낌없는 주는 섬김의 인생을 살아온 김영순 원장님.

깨끗한 이 곳에서 저는 피도 맑아졌고, 생각도 마음도 깨끗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제게서 식탐의 영이 떠나간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단식을 마친 이후에 아내도 3주 단식을 했습니다. 부부가 단식 이후에 건강도 부부관계도 훨씬 더 행복해졌습니다. 단식을 통해 목회자의 건강과 영성이 회복되면 가정과 교회가 산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형제들과 교회 가족들 중에 여러 명이 벌써 단식을 하며 효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5월 말에 산들에서 강보형 목사님과 제 1회 목회자 단식을 가졌습니다. 14명의 목회자 및 사이 2박 3일간 단식을 했고, 그 중에 8명이 9박 10일 단식을 마쳤습니다. 이 기간에 저도 참여했는데 성경적인 금식의 의미를 깊이 배우고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이 꼭 지켜야 하는 3대 덕목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기도와 구제와 금식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 중에 기도와 구제는 하지만 금식은 잘 하지 않습니다.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질병의 대부분은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금식을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사야 58장에는 금식의 효과에 대해서 깊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진정한 금식은 논쟁이나 다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금식은 하나님께 상달되기에 합당한 기도와, 주린 자에게 양식을 주는 구제와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이런 진정한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고, 모든 멍에를 꺾습니다. 그리하면 그들의 빛이 새벽같이 비치고, 여호와의 영광이 그 뒤에 호위하게 됩니다. 그들의 빛이 흑암중에 떠올라 낮과 같이 되며, 그들의 영혼이 만족하게 되고, 그들의 뼈가 견고하게 되고, 물댄 동산처럼 풍성해집니다. 금식하는 이의 살과 피와 뼈가 강해지고, 그의 영이 회복되며, 그를 통해 어둠을 이기고 부흥을 경험하게 하십니다.

성경의 목적은 우리를 구원하여 양육하고 선한 일을 하게 하는데 있습니다(딛 2:11-14, 딤후 3:15-17). 그런데 양육의 핵심이 버림과 채움입니다. 문제는 버림을 어떻게 하느냐 입니다. 금식은 우리의 육체의 욕심과 죄와 어둠의 영들을 가장 빨리 버리게 돕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효소단식은 우리가 금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국과 열방의 그리스도인들이 버림을 통해 채움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비밀병기, 단식의 효과를 모두 경험하게 되길 바랍니다.

이철규 목사/ 전주 주바울 교회